작년 '영끌'로 내 집 마련에 성공한 A씨는 10년 넘게 자금을 부은 청약통장을 그대로 둘지 근래 걱정이 많습니다. 매월 10만원씩 넣다보니 어느새 청약통장에는 1500만원이 넘는 자금이 쌓였습니다. 1주택자가 돼 지금 예금통장을 이용할 일이 없는데, 임신에 대출이자까지 오르면서 돈 나갈 일은 늘었기 때문입니다. A씨는 "더이상 메리트도 없는데 이대로 두는게 맞는지 의문이 든다"며 "청약통장을 해지해야 할지 걱정"이라고 말했습니다.
근래 들어 부동산 커뮤니티를 들어가면 이 같은 걱정을 하는 1주택자들이 많이 늘고 있습니다. 근래 2년 간 청약 경쟁률이 고공행진하며 청약 당첨을 통한 내 집 마련을 단념하고, '영끌'로 구축 아파트를 산 2030세대들이 늘어난 영향입니다. 내 집 마련 이후 실제로 무용지물이 된 청약통장. 해지하는게 나을까, 그대로 놔 두는게 나을까요?
집 팔면 청약자격 다시 주어지는데, 해지 시 가입기간 '리셋'
'최대한 청약통장은 유지하라'. 이는 청약시장의 오랜 격언으로 통합니다. 청약통장을 유지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은 '가입유지 기간'을 이유로 듭니다. 청약통장을 해지하면 '청약통장 가입유지 기간'이 실제로 리셋이 되기 때문입니다.
민간분양 청약물량 중 제일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가점제 물량입니다. 기준에 따른 합산 성적이 높을수록 당첨 확률도 오르는데 이 중 하나가 청약통장 가입기간입니다. 청약통장 가입유지기간이 15년 이상 지나면 17점 만점을 받을 수 있으며, 이는 전체 만점(84점)에서도 비율이 적지 않습니다. 유주택자가 집을 팔게되면 제일 배점이 높은 무주택기간을 0점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데, 청약통장이 유지되고 있다면 최소한 이를 상쇄시킬 수 있는 셈입니다.
특별히 공공분양은 무주택 기간을 3년만 유지한다면 청약통장 납입액수이나 납입횟수로 당첨자를 가려내기 때문에 더욱 필요합니다.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며 "지금 청약통장을 이용할 일이 없다고 해도 해지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1주택자 청약통장 활용법
주택 갈아타기 (민간분양 추첨제 공략) | |
전용 85m2 이하 | → 투기과열지역에서는 불가능 → 조정대상지역 25% → 비규제지역 60% 이상(시장 등이 비율 조정가능) |
전용 85m2 초과 | → 투기과열지역 50% → 조정대상지역 70% → 비규제지역 100% |
무주택 자녀에게 증여 |
→ 자녀로 세대주 변경 시 명의변경 가능 → 청약저축, 2000년 3월26일 이전 가입한 청약예부금만 가능 → 소유자가 바뀌어도 납입금액, 횟수, 가입기간 인정 → 예치금 5000만원(미성년 2000만원) 이하는 증여세 없음 |
1주택자라면 '주택 갈아타기'로 사용 가능
유주택자라고 청약 신청이 아예 불가한 건 아닙니다. 가점제 물량은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보급되기 때문에 불가능하지만, 추첨제는 1주택자도 접수가 가능합니다.
서울시 등 투기과열구역은 전용면적 85㎡ 넘는 물량은 50퍼센트가 추첨제로 입주자를 선정합니다. 조정대상구역의 경우 70퍼센트가 추첨제 물량입니다. 이 물량 중 25퍼센트에 한하여 1주택자도 당첨이 가능합니다. 단 당첨 시 6달 내 기존주택을 처분하겠다고 약속해야 합니다. 비규제지역에서는 기존 주택을 처분하지 않아도 청약 접수 가능합니다. 특별히 비규제지역은 전용 85㎡ 이하 물량에서도 추첨제 물량이 적지 않습니다.
투기과열구역나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인 대도시권이 아니라 비대도시권에 거주하고 있다면 유주택자여도 청약통장을 통해 신축 공동주택으로 갈아타기 가능성이 높아지는 셈입니다.연구원은 "대도시권에서도 가격, 입지, 다만 규모에 맞게 물량을 다 채우지 못하고 미분양되는 곳이 생기는 추세"라며 "예전보다는 청약당첨 기회가 커진 것은 사실상 진실"이라고 말했습니다.
각각 놓인 상황에 맞게 전략도 달라질 수 있어 자산 플랜 빈틈없이 짜야
하지만 여전히 청약시장은 무주택자에게 유리하기 때문에 각자 직면한 상황에 맞게 청약통장을 유지할지, 해지할 지 판단도 달라져야 하겠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일례로 내가 산 주택이 장기 보유 목적이었는지, 단기에 차익을 보고 팔 목적이었는지 구매 목표에 맞게 청약통장 해지 여부에 대한 결정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무리한 '영끌'로 집을 샀고, 치솟은 대출금리에 이자를 감내하기 어려워졌지만 집을 팔 생각이 없다면 청약통장을 해지하고 그 목돈을 사용해 대출원금을 부분 상환하는게 오히려 현명한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부양식구가 많다면 청약통장을 유지하는 게 더 현명한 결정이 될 수 있습니다.
추첨제 물량에 덜컥 당첨이 됐다고 해도 분양금을 어떻게 준비할지 계획이 필요합니다. 서울시의 경우 전용 85㎡ 넘는 물량이라면 분양가가 9억원을 넘는 경우가 많은데, 9억원 넘는 아파트는 건설사가 자체적으로 보증을 서주지 않는 이상 중도금 융자를 받을 수 없습니다. 분양가의 60퍼센트에 달하는 중도금을 준비해야 한다는 얘기다.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유주택자가 됐다면 이제는 규제지역에서는 청약 1순위가 되기 어려운 게 추세 "이라며 "자금적 여유가 있다면 일부러 해지할 필요가 없겠지만, 개별마다 자금 실정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이 자산 플랜을 어떻게 짜는지가 중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